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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 주제는 온통 건강.

만호 씨는 전화를 받는다.

예전 직장의 선배로부터 걸려온 전화다. 사죄의 말부터 던진 만호 씨다. 명절 전후 먼저 연락드려야 했을 일인데 그러지 못했음에 대한 사죄다. 백발이 성성한 선배는 웃으며 맞다. 네가 나쁜 놈이다.”라고 응대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연배가 있는지라 선배는 몸 곳곳이 말썽이라고 밝힌다. 동시에 경고한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좋은 생각만 하고 살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만호 씨도 인정한다. 방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찾아올 병마이기에 내심 두려움이 있다고.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이 선배와 몇 차례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강원도 방태산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때 숙소 앞 평상에서 술을 마셨다. 술과 함께 담배도 피웠다. 부족한 무언가를 사러 매점으로 향했을 때 매점 여주인이 만호 씨에게 지청구를 날렸다. “부자간에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좋지만 아버지랑 맞담배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 선배는 그때도 이미 백발이었다.

선배와 그때 이야기를 나눈다. 선배는 그때만 해도 나는 젊었고 너는 새파랬지.” 한때 새파란 만호 씨의 나이를 선배가 묻는다. 답하니 곧 잔치할 나이로구나, 한다.

건강 덕담으로 통화를 매조지한다. 건강하면 좋을 일이다. 언제고 얼굴 보고 싶은 때에 아무런 저어함 없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만 건강하면 말이다.

 

독거중년 만호 씨는 남도 바닷가 마을 외딴 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훌라후프를 돌린다. 과연 이 회전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