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90) 썸네일형 리스트형 밤더위 - 외려 밤은 아직 여름이란다. 만호 씨는 고민한다. 에어컨을 틀까? 에이, 가을이라 선언했는데 다시 트는 것은 낭비지, 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감당이 쉽지 않은 이 밤더위에 몸이 하소연하고 그걸 외면하는 것이 어렵다. 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어둠이 내리고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면서 낮에 달궈진 옥상의 열기가 고스란히 실내로 전해진다. 확인해 보니 지금 실내온도는 32도다. 하루 중 지금이 가장 더운 것이다. 소파에 닿은 엉덩이에 땀이 찬다. 선풍기가 연신 습기를 날려보지만 이런 실내기온이라면 말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거실 창을 열어두었지만 밤 바람은 찾아오지 않는다. 외부 공기를 어떻게든 실내로 들여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노트북도 적지 않은 열기를 발산한다. 자판위에 올려둔 손가락도 달궈진다. 더.. 격리 - "주라", "안 돼"의 반복. 만호 씨는 고민한다. 격리. 일상은 이미 분리돼 있으니 산책이 문제다. 당분간 꼬맹이 강아지와 시커먼 개를 따로 끌고 걸어야 하나.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은 시각, 아침 산책에 나선다. 꼬맹이는 느긋하다. 반면 시커먼 개는 안달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꼬맹이의 꽁무니 냄새를 맡는 동작에서 그쳤는데 오늘은 본격적이다. 타고 오르려 한다. 분명한 신호를 감지한 것이다. 하지만 꼬맹이는 순순히 엉덩이를 내주지 않는다. 수컷은 오르려 하고 암컷은 그런 수컷을 밀어낸다. 뒤엉켜 농로를 구르기까지 한다. 목줄을 잡아채지만 그것도 순간적인 대처일 뿐, 이내 ‘제발 주라.’와 ‘안 돼.’의 반복이다. 오후 산책 때도 마찬가지다. 굴복시키려는 시커먼 개의 발광에 덩치가 훨씬 큰 꼬맹이의 거부가 이어진다. 이건 산책이 아니.. 꼬맹이 - "나와 만나 행복하냐?" 만호 씨는 자꾸 묻는다. “나와 만나 행복하니?” 가만 따져보니 오늘이 꼬맹이 강아지가 이곳 남도 바닷가 마을 외딴 집에 살기 시작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래서 긴 오후 산책을 하면서 꼬맹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묻게 된다. 행복하냐고? 행복이란 감정은 아무래도 개들에게 적절하지 않을 듯싶어 물음을 바꾸기도 한다. 만족하냐? 꼬리를 흔드는 모양새로 보건대 그럭저럭 만족하는 것 같다. 자신에게도 물어본다. ‘너는 이 개들과 함께 걸어 행복하냐?’ 두 마리 개에게 왕창 부담을 안길 작정으로 제법 큰 소리를 내 말해본다. “그려 나는 만족하며 행복하다.” 자신에 대한 긍정의 소리이지만 두 마리 개들은 달리 해석한 모양이다. “왜? 간식주려고?” 이런 표정으로 만호 씨 곁으로 다가온다. 주머니에 들어.. 이전 1 2 3 4 ··· 3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