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33) 썸네일형 리스트형 찌니주의보 - 작가들이여, 시골을 노려라. 만호 씨는 상상해본다. 졸음 없는 독서다. 정지아 씨의 ‘찌니주의보’를 읽는다. 길지 않은 탓에 반나절 만에 완독한다. 눈으로 훑은 활자가 그대로 뇌 속에 녹아든다. 요즘 소설 독서의 취향 중 하나다. 배경이 시골이면 집중도가 확 높아진다. 만호 씨가 놓여 있는 공간이 시골이기에 쉬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찌니주의보의 스토리 골격은 단순하다. 동성애자의 시골 안착 기록. 당연하게 이어지는 마찰과 그 마찰로 인한 열기에 약간의 상처는 입지만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는 사람들. 완독 후 상상해본다. 왠지 도시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동성애 다음에 또 뭘 시골이라는 시공간에 던져놓을 수 있을까. 도시에서는 흔한 무엇이든 시골에 던져놓으면 어렵지 않게 스토리 라인이 구성될 수 있을 듯싶다. 의외로 21세기 .. 몸부림 - 가끔 심심함에 뺨을 맞는다. 만호 씨는 멍하다. 할 말도, 쓸 말도 없다. 그렇다고 고요가 진지한 것도 아니고. 이런 밤엔 벌인 양 추위에 시달릴 필요가 있다. 그래, 비가 그친 어둠 속 잔디밭 위에 서 본다. 멀리 등대 불빛만 게으름 없는 노동으로 반짝거리고 있다. 독거중년 만호 씨는 남도 바닷가 마을 외딴 집에서 고독, 아니 심심함에 잠시 몸부림친다. 비질 - 어린 시체와 겉늙은 시체를 쓸어 모으다. 만호 씨는 빗자루를 든다. 외딴 집 마당의 남서쪽 끄트머리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높이로 따지면 주변 나무 중 으뜸이다. 그러니 최소 수 십 년은 뿌리를 내린 나무다. 당연히 해마다 푸른 이파리가 나무줄기와 가지 가득 매달린다. 하지만 날이 서늘해지면서 단풍이 절정에 이를 때 이 은행나무는 노란 나뭇잎을 자랑하지 못한다. 오늘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한 만호 씨다. 어제 비바람에 잔디밭이 낙엽으로 덮인다. 주를 이룬 것은 역시 은행나무 이파리다. 그것도 아직 초록의 색이 진한 이파리다. 어제 바람은 상당히 강했다. 그것도 은행나무를 바로 때리는 마파람, 남풍이었다. 그 강한 바람에 은행나무 모체는 끝내 이파리 자식들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항상 그랬다. 태풍이 됐든, 돌풍이 됐.. 이전 1 2 3 4 ··· 4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