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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 가진 것이 많지 않기에. 만호 씨는 고맙다. 항상 멀지 않은 곳에 두는 스마트폰을 분실한다. 어딘가에 둔 것이 분명한데 보이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야외 작업에 나서야 하는데 답답하다. 찾아야 한다. 하지만 오전 동선을 따라 찾아보는데 아무리 살펴도 없다. 집 전화가 있다거나 곁에 다른 이가 있다면 전화 한 번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겠지만 만호 씨의 외딴 집 전화는 죽은 지 오래고 곁에 전화기를 가진 누군가도 없다. 급하게 연락 올 일도 없지만 그럼에도 스마트폰 없이 움직이는 것은 두렵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앉는다. 다시 한 번 기억을 더듬는다.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가 만호 씨가 그리워 전화 한 번 걸어주면 고마울 일이다. 전화가 아니라면 문자나 카톡이라도 보내준다면. 고요한 외딴 집에서는 그 짧은 외침도 ..
선물 - 액세서리의 존재 이유를 느끼다. 만호 씨는 선물한다. 기억하기로 이번이 네 번째다. 시커먼 개를 위한 목사리. 닳을 일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목사리인데도 시간이 흐르면 올이 풀려 너덜너덜 해진다. 그래서 오늘 읍내 철물점에서 4천원을 주고 새로운 목사리를 장만한다. 얼추 손가락 자를 동원해 시커먼 개의 목둘레를 잰 후 구입한 것인데 약간 작은 듯싶다. 마지막 골에 고리를 걸고 보니 손가락 두 개가 겨우 들어갈 여유만 있다. 교체 후 잠시 살펴보는데 시커먼 개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다행이다. 더듬어본다. 처음엔 노란색이었다. 두 번째는 주홍색, 세 번째인 직전에 착용한 목사리는 옅은 붉은색이었다. 그리고 오늘 장만한 것은 파란색이다. 색을 보는 특별한 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호 씨는 만족한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오늘 파란색도..
허리 - 다시 펴는 기분은 어떠할까. 만호 씨는 고개를 든다. 텃밭으로 향할 때 여전히 챙이 넓은 작업용 모자를 쓴다. 아직 볕은 뜨겁다. 그 볕을 가리는데 야구 모자는 품이 작다. 그래서 그 모자를 착용한다. 볕도 가리지만 시야도 가리는 그 모자를. 텃밭으로 향하는 길에 대추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여름 내내 걸렸다. 위로 향하는 시선을 막는 모자 때문에 늘어진 대추나무 가지에 곧잘 머리가 걸리곤 했다. 특히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을 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이젠 걸리지 않는다. 반은 수확하고 반은 절로 떨어진 대추 탓에 대추나무 가지가 버텨야할 무게가 줄어든 때문이다.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지만 새로 심은 시금치와 마늘을 위해 물뿌리개를 들고 움직인다. 대추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역시나 걸리는 것이 없다. 그것이 신선해 고개를 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