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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 뛰고 있는가, 떨고 있는가. 만호 씨는 한 줄에 놀란다. 예전에 끼적여둔 글들을 읽는다. 대부분이 가치라곤 없는 거지발싸개 같은 쓰레기들이다. 그럼에도 한 줄을 발견한다. 이런 한 줄 때문에 여전히 남긴다. 뛰는 심장이 아닌 떠는 심장을 만진다. 이 한 줄이다. 이 한 줄을 읽고 왼쪽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너의 심장은 뛰고 있는가, 떨고 있는가. 독거중년 만호 씨는 남도 바닷가 마을 외딴 집에서 모처럼 소주 한 병을 비운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한 병일까.
이불 - 가을은 3주로구나. 만호 씨는 춥다. 오늘 아침 스마트폰 알람에 눈을 떴을 때 추위를 느낀다. 싸늘하다. 그리고 진단한다. 이제 가을은 3주로구나. 세 개의 이불이 있다. 가장 얇은 여름용 이불, 공기층이 있어 약간 두툼하지만 가벼운 가을 이불, 그리고 안에 새들의 털들이 들어 있다는 묵직한 겨울 이불. 내내 여름 이불이 놓여 있던 침대에 가을 이불을 덮은 것이 3주 전이다. 조금 전 그 가을 이불을 다시 겨울 이불로 바꾼다. 오늘 아침의 싸늘함이 내린 명령 탓이다. 잠들 때는 그럭저럭 견딜 만하지만 새벽의 싸늘함은 자칫 고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불로 확인한다. 이제 가을의 길이는 3주다. 입어도 덥지 않고 벗어도 춥지 않은 가을을 조금 더 누리고 싶은데 지구의 변화는 허락하지 않는다. 온통 발가벗거나 아니면 단단..
달 - 다이어트를 거부할 수 있을까. 만호 씨는 새벽달과 만난다. 다이어트를 거부하는 새벽달과 만난다. 요즘 아침 산책은 어둠 속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새벽, 어둠은 빛의 침범에 많은 영토를 양보한다. 밝은 보름달이 새벽을 지키고 있다. 보름은 지난 25일이었다. 이미 사흘이 지났지만 오늘 새벽에 본 달도 둥글둥글하다. 보름달이라고 해도 고개 끄덕일 만한 원이다. 어제도 이런 달과 함께 걸었고 오늘도 서쪽 하늘의 달을 벗 삼아 걷는다. 아침 산책을 나서기 전 20분 동안 훌라후프를 돌리고 팔굽혀 펴기와 쪼그려 앉기를 반복한 만호 씨다. 부쩍 차가워진 기온이 오히려 반가울 정도의 열기가 몸에 감돈다. 이런 운동을 통해 만호 씨가 가장 기대하는 효과는 체중 감량이다. 여름을 지나며 부풀어 오른 뱃살을 태우기 위함이다. 체중 감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