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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방식 - 네가 바로 개다. 만호 씨는 반복한다. 오전, 오후 산책 때 똑같은 말을 네 번 반복한다. “암컷이 발정이 나 둘이 같이 데리고 다니면 난리를 쳐서 따로따로 끌고 다닙니다.” 이런 내용이다. 오늘부터 꼬맹이 강아지와 시커먼 개를 따로 끌고 산책을 나선다. 이른 아침에 두 명의 마을 사람과 만나고 오후 산책에서도 두 명을 만난다.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한 마리만 끌고 다니나?”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는 것은 이 땅만의 예절은 아니다. 첫 대답은 조금 중언부언이다. 꼬맹이가 암컷이라는 사실에서부터 발정, 그리고 시커먼 개가 수컷이고 마구잡이로 달려든다는 사실까지, 말이 길어진다. 두 번째부터는 다듬어진다. 굳이 어떤 녀석이 암컷이고 수컷이라고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저 발정과 난리라는 두 핵심 단어만으로 질..
밤더위 - 외려 밤은 아직 여름이란다. 만호 씨는 고민한다. 에어컨을 틀까? 에이, 가을이라 선언했는데 다시 트는 것은 낭비지, 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감당이 쉽지 않은 이 밤더위에 몸이 하소연하고 그걸 외면하는 것이 어렵다. 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어둠이 내리고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면서 낮에 달궈진 옥상의 열기가 고스란히 실내로 전해진다. 확인해 보니 지금 실내온도는 32도다. 하루 중 지금이 가장 더운 것이다. 소파에 닿은 엉덩이에 땀이 찬다. 선풍기가 연신 습기를 날려보지만 이런 실내기온이라면 말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거실 창을 열어두었지만 밤 바람은 찾아오지 않는다. 외부 공기를 어떻게든 실내로 들여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노트북도 적지 않은 열기를 발산한다. 자판위에 올려둔 손가락도 달궈진다. 더..
격리 - "주라", "안 돼"의 반복. 만호 씨는 고민한다. 격리. 일상은 이미 분리돼 있으니 산책이 문제다. 당분간 꼬맹이 강아지와 시커먼 개를 따로 끌고 걸어야 하나.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은 시각, 아침 산책에 나선다. 꼬맹이는 느긋하다. 반면 시커먼 개는 안달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꼬맹이의 꽁무니 냄새를 맡는 동작에서 그쳤는데 오늘은 본격적이다. 타고 오르려 한다. 분명한 신호를 감지한 것이다. 하지만 꼬맹이는 순순히 엉덩이를 내주지 않는다. 수컷은 오르려 하고 암컷은 그런 수컷을 밀어낸다. 뒤엉켜 농로를 구르기까지 한다. 목줄을 잡아채지만 그것도 순간적인 대처일 뿐, 이내 ‘제발 주라.’와 ‘안 돼.’의 반복이다. 오후 산책 때도 마찬가지다. 굴복시키려는 시커먼 개의 발광에 덩치가 훨씬 큰 꼬맹이의 거부가 이어진다. 이건 산책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