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39) 썸네일형 리스트형 엉덩이 - 한 번 흔들어본다. 만호 씨는 엉덩이를 흔든다. 비에 이어 바람이다. 일찍 꽃을 피운 벚나무는 잎과의 이별도 빠르다. 봄바람은 중매쟁이 노릇을 하지만 가을바람은 이별을 강요한다. 벌거숭이가 된 벚나무 아래를 걷는다. 또 한 해가 지나갔음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수확이 끝난 논을 거쳐 선창가로 향한다. 바람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반대로 배불뚝이가 된 꼬맹이 강아지의 걸음은 느려진다. 역시 무거우면 둔해진다. 간식으로 달래며 녀석의 걸음을 재촉한다. 방파제 끝에서 썰물로 갯벌이 드러난 바다를 바라본다. 꽉 눌러쓴 야구 모자임에도 바람은 자꾸 모자를 벗기려 한다. 모자챙을 잡고 돌아선다. 바닷바람의 휘파람이 귓가에 맴돈다. 또 하루가 지나고 또 일주일이 흐르고 또 한 달이 넘어가고 또 일 년이 희미해진다. 독거중년 만호 씨는.. 마늘 - 흙을 뚫은 푸른 혀. 만호 씨는 감탄한다. 이틀 내린 비의 위력이다. 마늘 종구를 심은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좀처럼 싹이 오르지 않았다. 전용 비닐이 아닌 감자 재배용 비닐을 씌운 탓에 제 구멍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닌가,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전까지 수시로 둘러보고 짬을 내 물뿌리개로 구멍 사이로 물을 뿌려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싹을 올린 것은 전체의 10분의 1 정도에 그쳤다. 비가 그치고 마늘 밭을 확인한다. 거의 대부분의 마늘 싹이 올라와 있다. 마치 아주 작은 혀처럼 보인다. 흙을 뚫은 혀. 어떤 녀석들은 제 구멍을 찾지 못해 비닐을 밀어올리고 있다. 쪼그려 앉아 그런 녀석들의 숨구멍을 뚫어준다.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푸르지 않고 희다. 아무리 사람 손이 부지런해 물을 퍼 날라도 하늘에서 .. 손톱 - 움직이면 닳는다. 만호 씨는 다짐한다. 여기까지 자판을 두드리면서 한 번 더 다짐한다. 내일은 깎자. 꾸준히 내리는 비에 이틀 동안 실내에 갇힌 만호 씨다. 그런 만호 씨에게 갑자기 손톱이 눈에 들어온다. 이틀 사이 훌쩍 자란 듯싶다. 노동을 하지 않아서? 이유는 모르겠으나 자판을 두드리는 감각이 둔해질 정도로 자라 있다. 오후에는 깎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비 내리는 오후에 손톱깎이로 또각또각 소리를 만들어내는 모양새가 내키지 않는다. 처량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자판 두드리는 감각마저 둔하게 만들 지경으로 자랐으니 내일은 깎긴 깎을 일이다. 두 마리 개를 키우면서 한 번도 발톱을 깎아준 적 없다. 실외에 살고 하루 두 시간여 산책을 하며 녀석들은 알아서 제 발톱들을 관리한다. 하루 종일 묶여 지내는 다른 .. 이전 1 2 3 4 ··· 4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