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04) 썸네일형 리스트형 변비 - 약은 있다. 만호 씨에게도 변비가 찾아온다. 응가의 변비가 아니다. 생각의 변비다. 꽉 막혀 있다. 도무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생각이라는, 나름 포장해 논리라는 놈은 말 아니면 글로 배설을 해야 하는데, 혀는 뻣뻣하고 손가락은 굳어 있다. 이 변비에는 약이 있었다. 한때 무척 애용했던 술이라는 약이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땐 오남용으로 약발이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이라면 설사처럼 터져 나올 것도 같은데. 역시 가끔 취하도록 술은 마셔야 한다. 맨 정신은 낭비를 용서치 않는 탓에 직장(直腸)과 괄약근은 물론이고 뇌세포의 주름마저 꽉 조이고 있다. 독거중년 만호 씨는 남도 바닷가 마을 외딴 집에서 반쯤 차오른 달을 본다. 곧 가득 차겠지. 달은 변비를 걱정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시인들이 달과 함께 술을 .. 비염 - 더디 오시고 일찍 가시길. 만호 씨는 지레 놀란다. 대추를 수확하기 위해 사다리 위에 올라간다. 계속된 건조한 날씨에 아직 푸른 대추나무 잎사귀들에 제법 많은 먼지들이 쌓여 있다. 대추를 하나하나 딸 때마다 콧속으로 파고드는 것들이 있다. 터진다. 재채기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연거푸 이어진다. 먼지 때문일까? 아니면 올 때가 된 탓에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 비염인가? 일단 사다리에서 내려온다. 삼단 사다리 꼭대기에서의 재채기는 위험하다. 재채기는 온몸을 흔든다. 자칫 떨어질 수 있다. 재채기 중간 잠시 세상을 세운 만호 씨다. 대추나무 아래에서 정지 화면이 된다. 다행히 재채기는 잦아든다. 대신 약간의 콧물이 고인다. 풀지 않고 뱉는다. 콧물이라면 비염일 확률이 높아진다. 고통의 시간이 시작될 것인가. 이어진 오후 산.. 낚시 단상 59 - 편애의 시작. 만호 씨는 편애한다. 편애는 딱 한 마리에서 시작된다. 크기는 상관없다. 이 루어에 반응이 있었고 낚아 올렸다는 사실에서 사랑 차별은 시작된다. 영 반응이 뜸할 때, 낚아 올린 그 한 마리의 기억이 찾아온다. 이 녀석으로 낚았지, 하며 채비를 교체한다. 악동 배스들이 편식이 심해 한 루어에만 반응하는 경우가 없진 않다.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일이다. 평균적으로 낚아 올리는 확률은 얼마나 그 루어를 자주 사용하는가, 이것으로 결정된다. 많이 쓰면 많이 낚고 드물게 쓰면 드물게 낚는다. 오늘도 만호 씨는 편애한다. 채비는 프리리그, 루어는 워터멜론 색깔의 5인치 스트레이트 웜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연초록색 굴곡 없는 직선형 지렁이 형태의 고무 재질 미끼다. 남도 바닷가 마을 인근 저수지의 악동들이 이.. 이전 1 2 3 4 ··· 4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