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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 - 돌고 돌고 돈다. 만호 씨는 돌린다. 오전 5시, 눈을 뜬다. 열린 거실 창으로 어둠과 바깥 공기가 어깨동무를 하며 들어오고 있다. 꽤 서늘하다. 그럼 돌려볼까, 한다. 텔레비전을 켜고 리모컨을 들고 훌라후프를 돌린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땀을 저어해 저만치 밀어둔 훌라후프다. 이젠 돌려도 땀이 흐르지 않을 것임을 안다. 허리를 돌리며 손가락으로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린다. 지구도 돌아 이 아침이 선선해진 것이니 모두 돌고 도는 셈이다. 그렇게 20분을 돌린다. 훌라후프는 땀을 부르지 않았지만 두 마리 개를 따로 끌고 돈 아침 4킬로미터 산책 끝엔 땀이 맺힌다. 줄줄 흐르는 땀은 아니다. 약간 망설인다. 세수만 할까, 아니면 샤워를 할까. 깔끔한 만호 씨다. 샤워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가지 않지만 구름 방해꾼 없는 태..
존재 방식 - 네가 바로 개다. 만호 씨는 반복한다. 오전, 오후 산책 때 똑같은 말을 네 번 반복한다. “암컷이 발정이 나 둘이 같이 데리고 다니면 난리를 쳐서 따로따로 끌고 다닙니다.” 이런 내용이다. 오늘부터 꼬맹이 강아지와 시커먼 개를 따로 끌고 산책을 나선다. 이른 아침에 두 명의 마을 사람과 만나고 오후 산책에서도 두 명을 만난다.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한 마리만 끌고 다니나?”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는 것은 이 땅만의 예절은 아니다. 첫 대답은 조금 중언부언이다. 꼬맹이가 암컷이라는 사실에서부터 발정, 그리고 시커먼 개가 수컷이고 마구잡이로 달려든다는 사실까지, 말이 길어진다. 두 번째부터는 다듬어진다. 굳이 어떤 녀석이 암컷이고 수컷이라고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저 발정과 난리라는 두 핵심 단어만으로 질..
밤더위 - 외려 밤은 아직 여름이란다. 만호 씨는 고민한다. 에어컨을 틀까? 에이, 가을이라 선언했는데 다시 트는 것은 낭비지, 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감당이 쉽지 않은 이 밤더위에 몸이 하소연하고 그걸 외면하는 것이 어렵다. 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어둠이 내리고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면서 낮에 달궈진 옥상의 열기가 고스란히 실내로 전해진다. 확인해 보니 지금 실내온도는 32도다. 하루 중 지금이 가장 더운 것이다. 소파에 닿은 엉덩이에 땀이 찬다. 선풍기가 연신 습기를 날려보지만 이런 실내기온이라면 말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거실 창을 열어두었지만 밤 바람은 찾아오지 않는다. 외부 공기를 어떻게든 실내로 들여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노트북도 적지 않은 열기를 발산한다. 자판위에 올려둔 손가락도 달궈진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