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36) 썸네일형 리스트형 하루 - 강탈당하다. 만호 씨는 강탈당한다. 꼬박 하루를. 예보에 따르면 내일도 강탈당할 확률이 높다. 비가 내린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지독하게 꾸준하게 내린다. 잠깐이라도 멈추면 개들을 끌고 큰 볼 일에 나서야지, 하면서 창밖을 수시로 내다보는데 볼 때마다 비가 듣는다. 시커먼 개는 그렇다 치더라도 임신한 꼬맹이 강아지에게 비를 맞추는 것이 내키지 않은 만호 씨다. 하지만 집 주변에서의 응가를 싫어하는 녀석을 위해 결국 오후에는 끌고 나선다. 어째 끌고 나오니 빗줄기가 굵어지는 것 같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서 두 녀석 모두 크고 작은 볼 일을 해결한다. 다시 돌아와 밥을 챙겨주고 외딴 집 주변을 둘러본다. 태풍 여파로 인한 비라는데 그다지 바람은 험하지 않다. 하지만 만호 씨의 손길을 부르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책임감 - 신음소리라면. 만호 씨는 달려간다. 책임감이다. 이런 소리가 들린다면 달려가야 한다. 설령 그 때가 신새벽의 한가운데라고 할지라도. 눈을 뜬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시각은 04:12이다. 잠을 깨운 것은 소리, 그것도 신음소리다. 벽을 타고 흐르는 소리는 꼬맹이 강아지가 흘리는 신음소리다. 설마 벌써 새끼를? 짖는 것이라면 굳이 침대에서 몸을 세울 일은 아니지만 온몸으로 토해내는 신음소리라면 달려가야 한다. 스마트폰의 손전등 기능을 작동시키고 현관문을 열고 꼬맹이에게 다가간다. 꼬맹이는 목줄이 허용하는 가장 먼 곳에서 뒷다리를 쪼그리고 앉아 있다. 새끼를 낳는 자세라 보기에는 어색하다. 그건 익숙한, 마지막엔 구수한 냄새가 흐르는 바로 그 자세다. 맞다. 불빛으로 확인할 것도 없다. 이미 냄새가 먼저 반긴다. 이내.. 학습 효과 - 뱀과 싸울 수 있는 개와 산다. 만호 씨는 경험 숭배자다. 시커먼 개와 수 년, 함께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런 짖음은 낯선 방문객이 왔다는 것이고, 또 이런 짖음은 길고양이가 외딴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이고, 또 이런 짖음은 다른 개들의 짖음에 화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볕이 따스한 오전, 짐작이 쉽지 않은 시커먼 개의 짖음이 계속된다. 꼬맹이 강아지가 동조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오로지 시커먼 개에게만 어떤 상황이 발생한 듯싶다. 소파에 걸친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현관 밖으로 나선 만호 씨다. 대문 밖에서 대문 안쪽 잔디밭을 보며 짖는 시커먼 개의 형체가 창살 사이로 보인다. 왜? 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만호 씨는 대문을 연다. 그리고 시커먼 개의 시선이 향한 곳을 함께 본다. 대문 밖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시 .. 이전 1 2 3 4 ··· 4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