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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바람 - 추앙한다. 만호 씨는 바람 덕분이라 말한다. 샛바람의 위력이다. 어제도 바람은 불었다. 하지만 어제까지의 바람은 하늬바람, 즉 서풍이었다. 오늘 분 바람은 동풍, 샛바람이다. 그리고 샛바람은 더위의 멱살을 잡은 다음 서해 바다로 내동댕이친다. 어제와 별 차이 없는 하루를 보낸 만호 씨다. 하지만 흘린 땀은 어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물론 예초기를 돌릴 땐 적잖은 땀을 흘린다. 기름을 다 태운 예초기가 멈추고 보호 장구를 벗고 샛바람 앞에 서자 땀은 꼬리를 감춘다. 괄약근처럼 땀구멍이 입을 앙다문다. 어제만 하더라도 낮에 한 시간, 또 잠들기 전 한 시간 등 두 시간 동안 에어컨을 돌렸다. 오늘은 선풍기로도 충분하다. 이제 가을인가? 선선한 날씨는 반갑게 맞이하지만 또 한 계절을 보낸 마음은 약간 처량하다..
표절 -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만호 씨는 표절을 인정한다. 읽고 있던 책에서 한 구절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리고 바로 맨 끝 페이지를 확인한다. 초판 발행이 2003년 8월이고 이 책은 초판본이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모두 읽은 탓에 만호 씨는 자신의 서가를 뒤진다. 그러니 지금 들고 있는 책은 이미 한 번 읽은 것이다. 씁쓸하다. 결국 표절이다. 담배와 관련돼 만호 씨는 스스로 만들어낸 표현이라 믿고 떠들어댄 것이 있다. ‘완만한 자살 행위.’ 흡연 자체는 완만한 자살 행위라고 지인들에게 나불거렸고 비록 공개된 글은 아니지만 일기라는 형식을 빌려 이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마치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오늘 읽은 책에서, 그러니까 2003년도에 발행된 책에서 그 구절을 발견한다. 지난 일기를 뒤져 확인한..
누드 - 텔레비전 앞에서 함부로 벗지 말라. 만호 씨는 누드다. 예초기를 돌리고 오후 산책까지 마친 뒤 외딴 집 실내로 들어온다. 먼저 텔레비전을 켜고 옷을 벗는다. 줄줄 흐르는 땀을 서둘러 씻어내야 한다. 땀에 젖은 양말과 속옷이 좀처럼 몸과 이별하려 하지 않는다. 화장실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뉴스 일기예보가 시작된다. 날씨도 알아야 하고 미녀 기상캐스터와도 만나야 한다. 잠시 알몸으로 텔레비전 앞에 선다. 남도는 여전히 더울 것이란다. 마지막 멘트가 나온다. ‘지금까지 날씨 정보 전해드렸습니다.’ 기상캐스터가 마지막으로 뱉어낸 음절은 ‘다’다. 다라고 말하면 입이 벌어진다. 바로 입을 닫지 않는다. 마치 텔레비전 앞에 서 있는 누드의 중년 남자를 보고 놀란 듯한 표정이다. 화면이 바뀌기 전에 만호 씨가 먼저 텔레비전 앞을 떠난다. 알몸에 놀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