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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 풀고 베다. 만호 씨는 풀고 벤다. 바닷가 마을 유일한 동갑내기 친구 H형이 선물을 안겨준다. 직접 경작하고 도정한 20킬로그램 햅쌀 한 포대. 꽤 무겁다. 해마다 안겨주는 선물에 미리 답례품을 준비한 만호 씨다. 마찬가지 선물로 받은 것이지만 애써 먹지 않고 간직한 와인 한 병을 건네준다. 주고받음에 어색함은 없다. 잘 먹으마, 잘 마실게. 이런 덕담이 오간다. 이맘때라는 것을 알고 있는 탓에 쌀 장만을 미룬 만호 씨다. 바로 쌀을 쌀통 대용으로 사용하는 김치 냉장고용 통에 넣기로 한다. 부엌에 쪼그리고 앉는다. 통에 넣기 위해서는 받은 쌀 포대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 시골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주 만나게 되는 매듭이다. 어찌 잘 풀면 박음질 된 매듭이 주르륵 풀린다. 하지만 잘못 풀면 걸린다. 한 쪽에선 실패한다..
정지 - 그래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만호 씨는 멈춘다. 오후 작업에 바쁘다.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 작심한 것은 꼬맹이 강아지 출산 대비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떠돌이 백구가 사용했던 커다란 개집을 물청소한다. 꼬맹이에겐 어울리지 않는 큰 집이지만 만약 태어나는 새끼의 숫자가 만호 씨의 예상을 상회했다면 이 정도 크기의 집이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그 집에 깔 담요도 볕에 말린다. 두 작업 모두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청소 후 그대로 호스를 텃밭으로 끌고 가 아직 싹이 오르지 않은 마늘과 이제 막 여린 순을 올린 시금치 등에 흠뻑 물을 준다. 텃밭에 물을 주고 내처 시커먼 개와 꼬맹이의 물그릇을 수세미로 박박 닦은 다음 새 물을 가득 넣어준다. 그렇게 이리저리 움직이니 담배 한 대 필 시간이 다가온다. 잠시 멈춘다. 그리고 현관 포치의..
소문 - 젖꼭지가 10개나 되는 까닭에. 만호 씨는 더듬어 센다. 하나, 둘, 셋, 넷... 얼러리여 10개나 된다. 준비된 것이 10개라면 태어나는 것은 과연 몇이나 되려나. 족발 특식은 오늘까지 이어진다. 달게 뼈다귀를 빠는 꼬맹이 강아지의 아랫배를 더듬어본다. 젖꼭지의 숫자를 헤아려볼 심산이다.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시커먼 개의 어미는 좌우 비대칭으로 모두 7개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비슷한 숫자라 짐작했는데 무성한 털 사이로 만져지는 젖꼭지가 무려 10개다. 7개의 젖꼭지를 지닌 어미가 한 번에 낳은 새끼의 숫자는 평균 넷이었다. 그렇다면 그보다 많은 젖꼭지를 지닌 꼬맹이는 한 번에 몇 마리나 낳을 것인가. 족발 덕택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 본 꼬맹이의 배가 더욱 부풀어 있다. 옆으로 퍼진 것에 더해 아래로 쳐지기까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