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 씨는 거절한다.
이유는 암캐라서. 그럼 수캐라면 받아들일 생각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는 쪽으로 기운다. 개는 시커먼 개와 떠돌이 백구 두 마리로 충분하다.
만호 씨는 이장과 만난다.
떠돌이 백구에 끌려 다니는 오후 산책 중이다. 1톤 트럭을 몰고 가던 이장이 차를 멈추고 창을 내린다. 그리고 묻는다. “개 한 마리 더 키울껴?” 매일 개와 함께 산책하는 만호 씨는 마을에서 애견인으로 통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장은 누군가에게 억지 부탁을 받은 듯하다.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는 탓에 이장은 아예 차에서 내린다. 민원에 충실한 이장이다. 설명은 이렇다. 이장 지인의 발바리가 새끼를 많이 낳았는데 암놈만 남았단다. 토실토실한 놈들인데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없단다. 개 좋아하는 당신이니, 한 마리 더 키우는 것이 어떠한가.
만호 씨는 정중히 답한다.
암컷이라면 언제고 새끼를 낳을 것이고 그 새끼를 누군가 데려간다는 보장만 있다면 키우고 싶지만 지금 이장님이 부탁하는 일은 또 반복될 터이니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 맞다. 집안에 꽁꽁 숨겨 키우더라도 암캐는 언젠가 기어코 새끼를 낳고 만다. 그리고 그 새끼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한다.
만호 씨는 기억한다.
이전에 만호 씨가 키웠던 암컷 발바리-지금 함께 하고 있는 시커먼 개의 어미다-는 무려 열 번이나 새끼를 낳았다. 근 40여 마리의 후손을 본 것이다. 그 개가 죽었을 때 만호 씨는 슬펐지만 납득했다. 지나친 출산이 분명 개의 수명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만호 씨는 태어난 새끼들의 분양에 애를 먹었다. 심지어 읍내 오일장에 ‘공짜, 집 잘 지키는 발바리 새끼입니다.’라는 팻말을 붙여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새끼들의 탄생과 성장은 축복이지만 분양은 악몽이었다.
만호 씨는 이장과 헤어진다.
이장도 이해한다. 차에 오른 이장은 혼잣말을 한다. “옛날엔 개도 재산이었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에 만호 씨는 트럭 꽁무니에 대고 꾸벅 인사한다.
독거중년 만호 씨는 남도 바닷가 마을 외딴 집에서 두 마리의 개에게 저녁밥을 준다. 허겁지겁 고맙게 먹는 두 마리의 개가 대견하다. 만호 씨는 토실토실하다는 그 암컷 강아지들 역시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