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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 왜가리는 짖는다.

만호 씨는 듣는다.

논가 수로에 자리한 왜가리가 떠돌이 백구의 접근에 휙 날아오르며 짖는다. 말 그대로다. 왜가리의 울음소리는 짖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극악한 소리다. 한때 고라니 울음소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언젠가 왜가리의 소리도 뜰 것이다. 물론 좋지 않은 쪽으로 말이다.

 

만호 씨는 생각한다.

덩치가 큰 녀석들은 나름 권력을 지니고 있다. 자연에서 비만은 항상 권위로 이어진다. 그러니 굳이 소리를 다듬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아니면 덩치에 어울리는 것은 그런 괴팍한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왜가리는 소리로 사랑받긴 힘든 조류다. 명금류로 불리는 새들이 있다. 소리가 고운 새들. 짐작컨대 그 새들은 모두 덩치가 작을 것이다.

 

독거중년 만호 씨는 남도 바닷가 마을 외딴 집에서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높여 본다. 곱지도 않지만 괴팍하지도 않다. 만호 씨의 덩치는 아무래도 그 정도 수준인가 보다.